국제소식
일본 자민당의 승부수, 의원 정수 45석 감축
2026.08.05. 오후 08:52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의회 권력을 스스로 축소하는 파격적인 정치 실험에 나섰다. 양당은 최근 중의원 의원 정수를 현재 465석에서 420석으로 10%가량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여야 협의체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 45석을 강제로 삭감하는 일종의 '배수진' 조항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이는 선거 때마다 개혁을 외치면서도 막상 투표가 끝나면 기득권 유지에 급급했던 기존 정치권의 관행을 깨는 구속력 있는 조치로 풀이된다.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2023년 말 일본 정계를 뒤흔든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이 자리 잡고 있다. 파벌 내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된 불투명한 정치자금이 적발되면서 일본 국민의 의회 신뢰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의원을 가장 신뢰하지 않는 직종으로 꼽았으며, 대다수가 정치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원 정수 감축을 요구했다. 자민당으로서는 성난 민심을 달래고 정권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절실했던 셈이다.

의원 감축을 주도한 일본유신회의 과거 행보도 이번 법안 추진의 동력이 되었다. 오사카 지역 정당으로 출발한 유신회는 과거 지방의회 의석을 대폭 줄이는 행정 개혁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한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의원 정수 감축이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정치권이 국민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주장한다. 자민당 역시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지방의 목소리를 보존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당내 의견을 모으며 유신회와의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소수 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이 대폭 줄어들 경우 거대 정당의 독식 체제가 강화되고 다양한 민의 반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기업 및 단체 헌금 금지와 같은 본질적인 자금 개혁은 뒤로 미룬 채, 의석수 줄이기라는 외형적 변화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석 감축이 정치 부패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전락할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매 선거철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 정수 감축과 불체포특권 포기 등 화려한 개혁 공약을 내걸지만,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유야무야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의석을 줄였던 사례를 제외하면, 실제 기득권을 내려놓는 입법으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본이 법안에 '자동 감축'이라는 강제 조항을 넣어 실행력을 담보한 것과 달리, 한국의 정치 개혁은 여전히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정치 개혁의 성패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실천적 결단에 달려 있다. 일본의 사례는 의회가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권에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단순히 인구 대비 의원 수가 많다는 논란을 넘어, 민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표하고 정치적 책임을 다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의원 정수 감축 법안이 실제 중의원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이것이 동아시아 의회 민주주의에 어떤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