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희대 서면제청 파장… 사법부·청와대 인식차 팽팽
2026.08.24. 오후 09:25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 절차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청와대가 전례 없는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행을 깨고 서면으로 후보자를 제청한 이후 양측의 공식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헌정사상 드문 갈등이 표면화됐다. 대법원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제청 방식도 협의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맞서고 있다.이번 갈등은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김성수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하면서 불거졌다. 물밑 조율을 거쳐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대면 제청하던 기존 관례에서 벗어난 지점이다. 대법원은 제청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소통 시도가 무산됐다는 뜻을 밝혔고, 청와대는 사흘 뒤 언론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양측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대목은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 여부다. 대법원 측은 행정처장을 통해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면담을 타진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청와대 측은 사전에 실무 협의가 완료되어야 면담이 성사되는 법이라며, 협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들어온 단순 문의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서면 제청이라는 방식 자체를 두고도 양측의 설명은 상반된다. 대법원은 민정수석실과의 사전 논의를 거쳐 결정한 방식이라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는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한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단칼에 그었다. 특히 청와대는 관례를 저버린 이번 서면 제청을 매우 엄중한 상황이자 헌정사 초유의 사태로 규정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시각차 역시 현격하다. 대법원은 추천 후보군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서면 제청 당일에야 특정 후보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서도 실무진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정식 '협의'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절차적 마찰을 넘어 양 기관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대법원은 독대 시도가 가로막히자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서면을 택했다고 볼 수 있으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전 조율 없는 일방적 제청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