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사회
'격주 주5일'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쿠팡의 홍보 뒤에 숨겨진 택배기사의 피눈물
2025.11.14. 오후 05:58
쿠팡이 자랑하던 '격주 주5일 근무제'라는 약속이 현장에서 무참히 짓밟힌 사실이 한 젊은 택배기사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드러났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제주에서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30대 노동자 A씨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쿠팡이 과로사 방지 대책으로 내세웠던 핵심 제도가 고인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노조가 공개한 고인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A씨가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 6일 연속 근무가 일상처럼 이뤄졌고, 심지어 7일을 넘어 일하는 극단적인 초장시간 노동까지 만연해 있었음이 확인됐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던 기업의 화려한 홍보가 한낱 공허한 메아리였음이 증명된 순간이다.고인의 마지막 며칠간의 행적은 이 비극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시스템이 강요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5일 연속 고된 새벽 배송 업무를 소화한 뒤,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를 3일간 치러야 했다. 슬픔과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업무에 복귀해야 했던 그는 대리점 측에 최소한의 회복을 위해 이틀간의 휴무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틀은 쉴 수 없다"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결국 단 하루의 휴식을 끝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그는, 2차 배송 물량을 싣기 위해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길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족한 백업 인력 문제로 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쉴 권리마저 묵살한 대리점과, 이를 관리 감독하지 못한 쿠팡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쿠팡 측은 그동안 "동일 아이디로 7일 이상 연속해서는 자사 배송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해 7일 연속 근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조의 이번 조사는 쿠팡의 주장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7일을 초과하는 연속 근무 사례까지 발견되었으며, 이는 쿠팡의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존재하거나 현장의 불법적인 노동 실태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택배노조는 "어떻게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한지 쿠팡CLS가 직접 원인을 조사하고, 투명하게 결과를 발표하며, 즉각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며 칼끝을 쿠팡 본사로 겨눴다.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은 가장을 잃은 슬픔과 막막한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노동자를 극한의 과로로 내몬 쿠팡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쿠팡 대표를 향해 고인과 유족의 상처를 치유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 유족은, 산업재해 신청을 시작으로 쿠팡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이번 참사가 개인의 불운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병든 노동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