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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상실한 청년층..'구직 포기도 모자라 쉬었으면'

2026.01.20. 오후 01:38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조차 중단한 채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층이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흔히 기성세대들은 요즘 청년들이 눈높이가 너무 높아 대기업만 바라보느라 중소기업 취업을 거부한다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노동시장을 떠나 쉬고 있는 청년들은 예상외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더 선호하고 있었으며 기대하는 임금 수준 또한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준비나 가사, 육아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층의 비중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4.6퍼센트였던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비중은 지난해 22.3퍼센트까지 치솟았다. 5명 중 1명 이상이 사실상 구직의 끈을 놓은 상태라는 의미다. 이들은 실업자와 달리 아예 구직 시장 밖으로 밀려나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로 돌아올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특히 전문대 졸업 이하 학력을 가진 청년층이 4년제 대졸 이상에 비해 쉬었음 상태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았다. 또한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명확히 찾지 못한 진로 적응도가 낮은 청년일수록 노동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컸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 또한 치명적이다. 구직 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쉬었음 상태로 고착될 확률은 4퍼센트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다시 구직에 나설 확률은 3.1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장기 미취업이 결국 노동시장의 영구 이탈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의 눈높이에 대한 분석이다. 조사 결과 쉬었음 청년층이 희망하는 최소한의 임금인 유보임금은 평균 3100만 원 수준이었다. 이는 현재 고졸 취업자가 중견기업에서 받는 초봉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코 무리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선호하는 기업 유형이다.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중소기업을 꼽은 비중이 48퍼센트에 달해 대기업 17.6퍼센트나 공공기관 19.9퍼센트를 압도했다. 즉 일자리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와 현실의 미스매치가 청년들을 쉬게 만든다는 기존의 지적은 이 집단에 한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중소기업이라도 가서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쉬고 있는 것일까. 보고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과 기업들의 지독한 경력직 선호 현상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신입 사원이 들어갈 자리를 AI가 대체하거나 아예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 수시 채용하는 구조적 변화가 청년들의 설 자리를 뺏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본인 명의의 금융자산이 있어 당장 생계가 급하지 않은 경우 자발적으로 쉬는 길을 택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청년층의 고립을 막기 위해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고학력자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전문대 졸업 이하 청년층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 여건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유인책이 절실하다. 또한 진로 상담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일찌감치 직무 적응력을 높여주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임금 수치 자체는 낮아 보일지 몰라도 근무 시간이나 조직 문화, 향후 성장 가능성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벽이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치지만 청년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최소한의 환경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청년들이 게으르거나 눈이 높아서 일을 안 한다는 비난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3100만 원이라는 소박한 연봉과 중소기업이라는 선택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거대한 구조적 장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낮은 눈높이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그 낮은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만드는 낡은 채용 구조와 열악한 근로 환경을 뜯어고치는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 쉬었음 청년 인구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 수치의 상승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노동력의 손실이자 사회적 비용의 폭발을 의미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 안에서 미래를 고민하며 세상과 멀어지고 있는 수많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그들의 소박한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최소한의 안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