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재수· 한동훈 뽑은 부산 북갑 유권자… '교차투표' 택했다

2026.06.04. 오후 09:41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민심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4일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현직 시장을 2.6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 지었지만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 전 당선인은 축하의 꽃다발조차 사양하며 승리의 기쁨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언급했다. 이는 시장직 탈환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러닝메이트였던 북구갑 하정우 후보의 낙선과 광역의회에서의 수적 열세라는 냉혹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 유권자들은 정당 지지율에 매몰되지 않는 고도의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였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인물론을 앞세운 전재수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주면서도, 1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9곳을 차지하며 균형을 맞췄다. 특히 광역의회 비례대표와 지역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30석 이상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는 행정부 수장은 야당에 맡기되,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입법부의 주도권은 여당에 부여함으로써 권력의 독주를 막으려는 시민들의 의중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전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북구에서 나타났다. 북구 유권자들은 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한동훈을, 구청장 선거에서는 다시 민주당 정명희를 선택하는 이른바 '교차투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각 직위에 적합한 인물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투표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산이 과거의 보수 일색 지형에서 벗어나, 선거 때마다 민심이 요동치는 스윙보터 지역으로 진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재수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험난한 시정 운영을 예고받고 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퐁피두 미술관 부산 분관 유치 등 전임 시정의 주요 사업들을 혈세 낭비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 경우, 공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 당선인이 당선 소감에서 "우리의 절박함이 왜 더 닿지 못했는지 성찰하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러한 협치와 갈등의 기로에 선 고민이 깊게 깔려 있다.

 


국민의힘 역시 승리한 의회 권력에 안주할 수 없는 처지다. 시장직을 내준 것은 보수 진영의 핵심 기반인 부산에서 민심의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중앙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과 당 지도부의 경직된 태도가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지층 결집에만 의존하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실리를 중시하는 부산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부산 선거의 결과는 거대 양당 모두에게 엄중한 숙제를 남겼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이름표보다 실질적인 변화와 견제의 효능감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시장직 탈환이라는 기회를 시정 성과로 증명해내야 하며, 국민의힘은 의회 권력을 발판 삼아 합리적인 견제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부산의 표심은 더 이상 고정된 상수가 아니며, 시민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권력은 언제든 심판받을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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