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의힘 최고위 충돌, 장동혁 사퇴론 정면 돌파
2026.06.11. 오후 08:53
6·3 지방선거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국민의힘이 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도부의 거취를 놓고 고성과 비난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자, 당권파 지도부들이 이를 '정치적 미숙함'으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중앙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대형 악재와 맞물리며 폭발하는 양상이다.당내 소장파와 중진 의원들은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붕괴되었다고 진단하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기자회견을 통해 장 대표가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6선의 조경태 의원과 5선의 윤상현 의원 등 중진들 역시 선거 전 약속했던 '패배 시 사퇴' 이행을 촉구하며 장 대표를 몰아세웠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 승리가 후보 개인의 경쟁력 덕분이었을 뿐, 당 지도부의 전략적 기여는 전무했다는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면서 장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반면 장동혁 대표는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로 인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대한 시기에 지도부가 공백 상태가 된다면 당이 내분 속에 매몰되어 선거 시스템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를 놓칠 수 있다는 논리다. 장 대표는 선관위 사태 해결을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즉각적인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장 대표가 내세운 '재선거 필요성' 주장이 오히려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내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선관위의 실책을 빌미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결합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김재섭 의원 등은 장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꼬집으며, 투표용지 사태가 지도부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 역시 장 대표가 보수 재건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도부 내의 수성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광한, 김민수 최고위원 등 당권파 인사들은 사퇴를 요구하는 측을 향해 '계파 이익을 위해 뛰는 행위'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은 비공개회의 참여도 저조했던 인사들이 공개 석상에서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장 대표의 정무특보인 김대식 의원은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우선이라며, 무조건적인 지도부 교체가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대다수가 사퇴해야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만큼, 당권파의 결집은 장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참패라는 외부의 심판보다 더 가혹한 내부의 권력 투쟁에 직면해 있다. 장 대표가 투표용지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당내 소장파와 중진들의 사퇴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특히 정점식 원내대표가 장 대표와 거리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지도부 내의 균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이 선거 이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혁신의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지도부 붕괴와 비대위 체제 전환이라는 극단적인 진통을 겪을지는 이번 주말 의원들의 여론 향방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