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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반토막 난 분양시장... 건설사들의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2025.05.08. 오전 11:40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청약을 진행한 민영 분양 아파트는 총 43개 단지, 1만8020가구에 불과했다. 공공과 임대를 포함해도 총 2만765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4만7399가구)과 비교하면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지방 미분양 증가와 건설경기 악화로 사업을 연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더 충격적인 것은 줄어든 공급량에도 불구하고 청약 미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4개월간 청약을 진행한 전국 43개 단지 중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는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17곳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21개 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 사태를 빚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51.62대 1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보인 반면, 지방 아파트들은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런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더해 예상치 못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분양 일정 조정에 고심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부산 '쌍용 더 플래티넘',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양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 등 여러 단지가 당초 5월 예정이던 분양을 6월 이후로 연기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선거 기간에는 분양 홍보가 어렵고 청약 진행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5월 예정된 분양 물량 상당수가 6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7월 하순부터는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므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6~7월 내에 물량을 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분양이 본격화해도 작년에 이어 분양 실적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25만 가구, 일반분양은 16만 가구였으나, 올해는 건설사들의 연초 계획 물량부터 작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 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한 분양 물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신축 물량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가격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인포 집계에 따르면 5월 분양 예정 단지는 총 28개로, 일반분양 기준 1만3853가구(전체 2만3804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에서는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483가구),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576가구) 등이 청약을 앞두고 있으며, 경기도에서는 화성 동탄2신도시의 민간참여 공공분양 단지들이 모델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포스코이앤씨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옛 대구 MBC 부지에 공급하는 '어나드범어'로, 3.3㎡당 4000만~4500만원이라는 대구 역대 최고 분양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방 고급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