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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독주 끝났다... 롯데·메가박스 전격 합병으로 '스크린 1위' 탈환 선언
2025.05.09. 오전 10:48
중앙홀딩스는 8일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이 영화 관련 계열사인 메가박스중앙과 롯데컬처웍스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측은 합작 법인을 설립해 공동 경영할 계획이며, 신규 투자유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의 지분 95.98%를,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롯데컬처웍스의 지분 86.3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합병 방식과 지분 구조는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중앙홀딩스는 "두 회사가 극장·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번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영화관 사업과 투자배급 사업의 통합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시네마(영화관), 롯데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 샤롯데씨어터(극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가박스중앙은 메가박스(영화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투자배급사), 플레이타임중앙(실내 키즈 테마파크)을 운영 중이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극장 관객 수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효율화와 협상력 강화를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코로나19 이전 연간 극장 관객 수는 2억2670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억500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34%가 감소한 수치로, 극장 업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극장 업계는 'CGV'와 '롯데시네마-메가박스 연합'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CGV의 전국 스크린 수는 1346개로 멀티플렉스 중 가장 많았다. 롯데시네마는 915개, 메가박스는 767개로, 두 회사의 스크린을 합치면 총 1682개로 CGV를 336개나 앞서게 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투자배급 부문의 통합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천만 영화인 '신과 함께' 시리즈를 비롯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최종병기 활', '한산: 용의 출현' 등을 성공적으로 배급했다. 최근 급부상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 시리즈, '헌트' 등 흥행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영화 제작사 대표 A씨는 "두 배급사의 합병은 영화 투자 및 배급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처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되지만, 합병 법인의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가 커지면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독립영화계 관계자 B씨는 "대형 멀티플렉스의 합병으로 상영관 다양성이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업성이 검증된 대작 영화 위주로 스크린이 편중될 경우, 중소 규모 영화나 예술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합병으로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국내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관객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합병 법인이 CGV를 앞지르게 되면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OTT 플랫폼의 성장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 자체가 확대된 상황에서 극장 업계의 합병은 오히려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