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

중국 양귀비도 울고 갈 뷰..하동 '꽃양귀비 성지'

2025.05.21. 오후 04:17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에서 펼쳐지는 꽃양귀비축제가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며, 봄날의 절정을 알리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이번 축제는 북천역 일대의 넓은 들판을 붉은 꽃양귀비로 물들이며 관람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붐비는 주말을 피해 20일 찾은 현장은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꽃들의 화사한 자태와 들판의 정취는 한창이었다.

 

축제의 중심이 되는 꽃양귀비밭은 시선을 압도할 만큼 넓고 환상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는 풍경은 붉은색 꽃양귀비로 물든 들판뿐 아니라 군데군데 피어난 하얀 안개꽃과 보랏빛 수레국화가 어우러져 더욱 다채롭다. 붉은색의 강렬함과 하얀색의 청초함, 보랏빛의 우아함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자연화처럼 다가온다. 관람객들은 들판을 따라 천천히 걷거나 사진을 찍으며, 봄의 절정을 오감으로 느꼈다.

 

꽃양귀비는 종종 아편을 만드는 식물인 양귀비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양귀비는 아편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재배가 금지돼 있지만, 꽃양귀비는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되며 합법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꽃양귀비는 꽃대에 솜털이 덮여 있고 키도 양귀비보다 작아 구별할 수 있다. 꽃잎은 얇고 우아하며 햇빛에 따라 빛을 머금은 듯 투명하게 반짝인다. 이런 이유로 꽃양귀비는 '시선을 빼앗는 꽃'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들판을 거닐며 수많은 꽃양귀비 사이를 지나다 보면, 문득 중국 역사 속 인물인 ‘양귀비’가 떠오른다. 나라가 기울 만큼 아름다웠다는 그녀의 전설과, 그 이름을 딴 꽃양귀비의 화려한 자태가 묘하게 겹쳐지며 감상에 젖게 만든다. 현장을 찾은 많은 이들도 꽃의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머물며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에 매료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산길에는 근처에 위치한 옛 북천역에 들렀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 되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낡은 간판과 플랫폼, 고요한 철길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현재는 이 공간이 레일바이크 체험장으로 새롭게 운영되며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기차역을 개조한 카페 옆으로는 출발을 기다리는 레일바이크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유의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 북천역은 가을이 되면 코스모스가 만발하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예전에는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기차가 달려오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몰려들곤 했다. 지금은 기차는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추억과 풍경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동 나들이의 마지막 코스는 매암다원이었다. 완만한 언덕을 따라 펼쳐진 푸른 녹차밭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녹차 향이 가득한 찻집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부드러운 봄 햇살을 즐기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초록의 물결과 햇살, 차 한 잔의 온기가 어우러져 진정한 힐링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하동의 꽃양귀비 축제는 단순히 꽃을 보는 것을 넘어 자연, 시간, 그리고 기억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봄날의 여행지다. 축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며, 아직 방문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봄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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